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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iN 뉴스레터 100호를 맞아 '한 알의 밀알' 코너가 처음 인터뷰했던 동문을 찾아 다시 만나 보았습니다. 15년전 졸업 후 IVF 간사로 일하다가 목회의 길을 선택한 후 이런저런 어려움 속에서 ‘함께 걷는 교회’를 개척하며 하나님 안에서 ‘하나된 공동체'를 세워가고자 하는 김준길 동문(언론정부문화학부 97학번)의 이야기, 지금 바로 만나보실까요?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언론정보문화학부(현 커뮤니케이션학부)를 졸업한 97학번 김준길이라고 합니다. 2004년에 졸업 후 IVF(한국기독학생회)의 한동대와 위덕대 담당간사로 7년간 일했습니다,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에 지금은 목사로 일하면서 아내와 쌍둥이 딸들과 함께 서울에서 살고 있습니다. 

Q. 현재 하고 계신 일에 대해서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코로나가 절정에 달했던 2021년에 5년간 부목사로 섬기던 교회를 사임하게 되면서, 그 교회에 다니던 열 가정과 함께 ‘함께 걷는 교회’라는 이름의 교회를 시작했습니다. 지금 올해로 4년째 ‘함께 걷는 교회’의 목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주중에 며칠은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는데, 재정적인 필요 때문에 시작한 일이지만, 단순하고 반복적인, 때로 소모적인 듯한 일이라도 성실히 최선을 다할 때, 거기서 오는 기쁨과 보람이 매우 크다는 것을 느낍니다. ‘가치 있는 일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그 일을 하느냐에 따라 노동이 정말 기도가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Q. 현재 목사님으로써 사역하고 계시는데, IVF 간사로서의 경험이 현재 목사님이 되시는 것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합니다.

IVF에서는 귀납적 성경연구를 중요시 했는데, 학생 리더 때부터 성경을 꼼꼼히 읽고 해석틀에 따라 정리하고 또 적용하는 훈련과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인격적으로 만나는 경험을 했었습니다. IVF 간사를 하면서도 그렇게 성경을 가르치고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말씀을 새롭게 알아가는 기쁨을 누렸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경험들을 체계적인 신학공부를 통해서 정리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고, 또 한계를 느꼈던 부분들에 대해서 해답을 얻고 싶어서 신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대학 4년의 기간은 한 사람이 말씀으로 변화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캠퍼스에서의 좋은 경험을 평생 지속하기 위해서 평생 함께할 좋은 지역 교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Q. 15년 전 11호 밀알 인터뷰에서는 '공동체성'에 대해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현재의 목사님께 공동체란 어떤 의미를 가지며, 그 속에서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IVF 간사를 사임하고 입학한 신학대학원 공동체에서의 경험이 저에게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교회를 섬기기 위해서 모인 전도사님들의 말과 행동이 제 눈에는 너무 세속적이고 때로 이기적으로 보여서 실망스러웠고, 무엇보다 실망스러운 것은 저 자신이었습니다. 사역자로서 산전수전 다 겪어서, 이제는 하산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나와 전혀 다른 성향의 룸메이트 전도사님의 무례한 언행 때문에 기도가 안될 정도로 분노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나보다 공부 잘하고 더 성숙해 보이는 전도사님에게 열등감을 느끼면서 위축되기도 했습니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또 선교 단체 간사까지 했던 내가 이렇게 찌질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간사라는 타이틀에 가려졌던 나의 그런 어둡고 미성숙한 부분을 부정하고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모습 또한 나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서 나를 조건 없이 받아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깊게 체험했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에 대한 이해도 더 깊어졌던 것 같습니다. 그리스도인은 나의 전체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공동체적 관계를 통해서만 성숙한 예수님의 제자로 자라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동인 뉴스레터 11호 - 졸업생 인터뷰


Q. 현재 사역의 초점과, 목사님께서 추구하고자 하시는 가장 큰 가치나 목표가 궁금합니다.

저의 가장 큰 관심은 지금 함께 예배드리는 ‘함께 걷는 교회’를 건강한 하나의 공동체로 세워가는 것과 저 자신이 더 통합적인 목사로 자라가는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서 말씀 읽고 기도하는 일과 더불어 내면을 성찰하고 나누는 일에 사역의 초점을 맞추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진 피터슨(Eugene H.Peterson) 목사의 말처럼 영성 형성은 단순하고 빠른 과정이 아니라, 길고 복잡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여정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마음으로 연결되어 서로를 용납해주고 지지해주는 동반자들이 필수적인 것 같습니다. 우리 교회가 그런 안전한 피난처가 되어주고, 지금까지의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을 만큼 좋은 경험을 많이 체험하는 공동체가 되면 좋겠습니다.     

Q. 사역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학생 혹은 에피소드가 있나요?

‘함께 걷는 교회’를 시작한 첫해에 제 생애 처음으로 유아세례를 집례했었습니다. 대학생 때 유아세례에 대해서 세례는 분명한 자기고백으로 받아야 하는데, 유아는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태이기에 회의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례 받을 아이의 부모님과 함께 세례의 의미를 공부하고, 교우 전체가 쓴 축복의 편지를 사진첩으로 만들면서, 제 속에 큰 감동이 있었습니다. 유아세례가 단지 한 가정의 고백이 아니라, 교회 전체의 고백이구나. 교회 전체가 이 아이의 한 몸 됨을 인정하고 함께 지켜가기로 결단하는 것이구나. 청년 때는 몰랐지만, 신앙이 결코 한 개인이나 가정의 결심만으로 지켜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아는 지금은, 이 유아 세례 예식이 우리의 고백보다 더 큰 하나님의 사랑과 계획을 기억하는 계기가 되고, 교회를 한 공동체 되게 하는 의미심장한 시간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 아이가 한해 두해 커가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계속 ‘과연 우리 교회는 지금 이 아이의 신앙을 지켜줄 수 있을 만큼 건강한가’, ‘계속 함께 자라고 있는가’라고 묻게 됩니다.

Q. 한동에서 신앙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전해주시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하나님께 사랑받는 아들, 딸이라는 정체성을 늘 기억하고, 아침마다 새롭게 주어지는 하나님의 인자하심과 긍휼하심을 나의 것으로 누리는 나만의 방법, 일상의 루틴을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저는 제대하고 복학 첫 학기에 주일에는 아무 공부와 과제를 하지 않고 온전한 안식일로 지키려고 노력한 적이 있는데, 그것이 하나님의 사랑받는 존재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고 나를 사랑하기 위한 저만의 방법이었습니다. 그 안식일 지킴이 졸업 후 진로에 대한 모든 염려와 두려움으로부터 저를 지켜주었습니다. 한동 학생들도 그러한 나만의 방법을 찾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