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삭 동문(UIL·경제학 14학번)
조이삭 동문(UIL·경제학 14학번)은 KDI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전략기획팀장으로 근무하며, 대학원의 중장기 발전 방향을 설계하고 기관 운영 전반을 기획·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외국어 학습 플랫폼 공동창업과 KOICA YP를 거쳐 지금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사람을 살리고 세우는 일'이라는 한 가지 방향을 붙들어 온 크리스천 공공인입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다양한 도전을 이어온 여정과, 그 모든 선택의 바탕에 놓인 사랑과 헌신, 겸손의 가치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Q.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동대학교14학번 조이삭입니다. 한동대학교에는 2016년도에 3학년 편입으로 입학을 하게되어 학번은 14학번을 받았지만 실제 나이는 그보다 많습니다^^;
학교에서는UIL과 경제학을 전공하였습니다. 현재 세종에 위치한 국책연구기관이자 고등교육기관인 KDI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전략기획팀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이전에는 국제개발협력사업과 연구사업을 총괄하는 연구기획팀에서 팀장으로 근무를 했었습니다.
Q. KDI국제정책대학원은 어떤 기관이고, 한국 사회와 국제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나요? 그 안에서 선배님께서 속해 계신 전략기획팀은 어떤 업무를 총괄하시는지도 함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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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국제정책대학원은 KDI의 연구 역량과 정책 지식을 바탕으로 설립된 정책전문 교육기관으로, 개발정책·공공정책·데이터 기반 정책 등 여러 분야에서 국내외 정책 인재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정부·공공기관·민간·NGO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이 정책 문제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연구와 교육을 통해 사회 전반의 정책 역량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는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과 정책 노하우를 세계 여러 나라와 공유해 왔으며, 지금까지 143개국에서 4,300여 명의 국제 동문과, UN 회원국의 90%에 해당하는 175개국에서 31,273명의 정책연수 수료생을 배출했습니다. 각국 공무원과 정책 담당자들이 함께 공부하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대학원은 한국과 세계를 연결하는 글로벌 정책 네트워크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으며, 졸업생 다수가 자국의 장·차관급 정책 리더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한국의 정책 경험을 국제사회와 나누는 지식 플랫폼이자 실용외교를 뒷받침하는 친한(親韓) 정책 리더 양성기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속한 전략기획팀은 대학원의 중장기 발전 방향을 설계하고 기관 운영 전반을 기획·조정하는 부서로, 발전계획 수립, 경영혁신과 업무 효율화, 기관평가와 자체평가, 주요 기획 업무의 조정 등을 담당합니다. 쉽게 말해 대학원이 나아갈 방향을 설계하고, 그 방향에 맞춰 조직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동에서의 이야기
Q. 한동대를 선택하신 이유, 그리고 경제학과 UIL을 함께 전공하기로 결정하신 배경이 궁금합니다. 두 전공의 조합이 지금의 선배님을 만드는 데 어떤 역할을 했다고 느끼시나요?

한동대학교 진학은 저에게 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편입을 통해 온 학교였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신앙의 토대 위에서 학문을 하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UIL이라는 전공과 영어 친화적인 교육환경이었습니다.
사실 고등학교 시절에도 한동대를 알고 있었지만, 평생 기독교적 환경에서 자라온 만큼 대학에서는 다른 분위기를 경험해보고 싶어 서울의 한 대학 사회과학부에 진학했습니다. 수업은 잘 맞았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공허함이 있었습니다. 지식과 비판적 사고는 늘었지만 그것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은 흐려지는 느낌이었고, ‘정답은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포스트모던식 교육과 제 안의 신앙 사이에서 고민이 컸습니다. 그때 다시 한동대가 떠올랐고, 진리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 토대 위에서 학문을 쌓아가려는 학교라면 제가 배우는 지식의 방향에 대한 나침반이 되어줄 수 있겠다는 기대로 편입을 결심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UIL과 영어 환경이었습니다. 군 제대 후 인도와 호주에서 각각 1년씩 생활하며 국제사회와 외국어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해외에서 공부하고 싶었지만 학비 부담이 컸습니다. 그러던 중 알게 된 UIL은 국내에 있으면서도 유학과 비슷한 학습 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이었습니다.
경제학과 UIL을 함께 전공한 이유는, 대학에서는 실용적인 기술보다 사회를 이해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회를 가장 기본적으로 설명해주는 학문을 고민했을 때 떠오른 것이 경제와 법이었습니다. ‘먹고사는 문제’를 다루는 것이 경제학이고,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기 위한 약속과 규율이 법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두 전공이 지금의 진로와 연결될 것이라 예상한 것은 아니었지만, 공부하다 보니 두 전공이 만나는 지점이 바로 국제개발 분야였습니다. 이 조합은 이후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담당할 때 큰 도움이 되었고, 경제학은 정책과 사회 현상을 구조적으로 바라보는 훈련을, UIL은 국제사회와 제도·규범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길러주었습니다. 동시에 두 전공 모두 그 안에 결국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해주었습니다.
돌아보면 한동대에서의 두 전공 공부는 제게 세상을 보는 두 개의 렌즈를 준 것 같습니다. 하나는 현실을 분석하는 이성의 렌즈, 다른 하나는 공동체와 사람을 바라보는 책임의 렌즈입니다. 그 두 가지가 지금 제가 정책과 국제개발, 공공의 영역에서 일하는 데 중요한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한동에서의 학창시절 중 지금도 종종 떠올리시는 에피소드나 사람, 사건이 있다면 자유롭게 들려주세요.

한동에서의 기억은 워낙 선명하게 남아 있고 에피소드도 많아 다 풀어놓기는 어렵지만, 그중 가장 ‘한동답다’고 느껴지는 기억을 하나 꼽는다면 2017년 포항 지진 때의 일입니다.
포항 지진은 사상 초유로 수능이 연기될 만큼 사회적 충격이 컸던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수능이 연기되면서 온라인에서는 포항 지역 수험생들을 향한 비난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이미 지진으로 큰 불안과 피해를 겪은 학생들에게 그 책임이 있는 것처럼 상처가 되는 말들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저 역시 학교와 자취집에 피해가 있어 잠시 본가에 올라와 있던 상황이었는데, 아침 묵상을 하던 중 지진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해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한동에서 늘 배웠던 ‘이웃 사랑’과, 작은 나눔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르침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포항 수험생들을 위로하는 손편지를 썼습니다. 그 편지를 사진으로 찍어 당시 많은 학생들이 보던 한동대 대나무숲 페이지에 올리고, 학우들에게 동참을 요청했습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누구든 자신의 손편지 사진을 보낼 수 있도록 했고, 그렇게 모인 편지들을 포항 지역 학교들에 전달했습니다. 포항시청에도 연락을 드렸는데, 감사하게도 좋게 봐주시고 공식 SNS에 소개해 주셨습니다.
놀라웠던 것은 그 모든 과정이 정말 빠르게 진행되었다는 점입니다.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많은 분들의 마음이 모였고, 그 온기가 수험생들과 포항 시민들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수험생뿐 아니라 지친 시민들, 손편지를 쓰며 오히려 자신의 상처도 위로받았다는 재학생과 학부모님들, 그리고 전국의 많은 분들이 함께 마음을 나눠주셨고, 이후에는 여러 언론에서도 이 이야기를 다뤄주셨습니다.
돌아보면 그 일은 제가 대단한 일을 했다기보다, 한동에서 배운 가치가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이어진 경험이었습니다. 누군가의 아픔을 지나치지 않는 것, 내가 가진 작은 마음과 시간을 나누는 것, 그리고 그 작은 나눔이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래서 2017년 포항 지진 때의 그 기억은 지금도 제게 한동에서의 학창시절을 가장 따뜻하게 떠올리게 하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Q. 학부 시절 외국어 학습 플랫폼 공동창업부터 KOICA YP, 그리고 KDI까지 한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도전을 이어오셨습니다. 각 시기의 결정들이 지금 돌아봤을 때 어떻게 연결되어 보이시나요?

돌아보면 저는 처음부터 한 분야를 정해놓고 직선으로 걸어온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때는 디지털미디어 계열로 시작했고, 이후 전공도 여러 번 바꿔 스스로 ‘전과 3범’이라 농담할 만큼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경험도 굉장히 다양했습니다. 15세 때부터 대학 졸업까지 식당 서빙, 펜션, 행사대행, 편의점, 공부방 등 여러 아르바이트를 했고, 온라인에서 알게 된 선교사님을 따라 인도로 떠나 선교를 도우며 영어를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단돈 80만 원만 들고 호주로 혼자 떠나 도착한 날부터 새벽 청소 일을 하며 생활하기도 했고, 군대에서 만난 인연으로 외국어 학습 플랫폼을 공동창업하기도 했습니다. 졸업 이후에는 꾸준히 준비해 온 로스쿨 진학을 내려놓고 KOICA YP를 거쳐 지금의 직장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겉으로 보면 서로 잘 연결되지 않는 경험들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예술 계열에서 시작해 사회과학, 경제, 법을 공부하고 창업과 국제개발협력, 공공기관 업무까지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 기준에서 그 선택들은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매 순간 제가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고 싶은지를 스스로 납득하려 했고, 그 답을 따라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돌아보면 그 모든 경험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결국 ‘사람’이었습니다. 다양한 환경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섬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필요를 빨리 알아차리고, 그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는 감각이 길러진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그것을 처세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제게는 조금 다릅니다. 저는 제가 만나는 사람이 저와의 시간을 통해 조금이라도 좋은 마음을 느꼈으면 했고, 주어진 역할을 최선을 다해 감당하고 싶었습니다. 중요한 선택을 할 때마다 “이 일이 사람을 살리고 세우는 일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려 한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공동창업도 결국 사람을 통해 시작된 일이었고, 사람들의 필요를 해결해보고 싶었던 도전이었습니다. KOICA YP와 국제개발협력 업무 역시 사람과 공동체를 이해하는 일이었고, 지금 KDI국제정책대학원의 일도 결국 동료와 상사, 학생, 외부 관계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흔히 자기소개서에는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는 그 말이 보기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라는 뜻이 아니라, 내가 해온 선택들 안에서 나만의 일관된 태도와 방향을 발견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그것은 낯선 환경에 들어가 배우는 것, 안주하지 않고 다음 경험으로 나아가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섬기는 것이었습니다.
각각의 선택이 완벽하게 계획된 것은 아니었지만, 모두 제 안에 하나의 방향을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현장에 부딪혀 보고, 그 안에서 사람을 배우고, 그 배움을 다음 선택의 재료로 삼아온 과정이었습니다. 앞으로도 환경에 휩쓸리기보다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내리고, 제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선한 마음과 책임 있는 태도로 쓰임받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지금의 자리에서
Q. 정책대학원이라는 공간은 학계와 정부, 그리고 국제사회가 교차하는 자리에 있다고 느껴집니다. 그 사이에서 일하시며 가장 흥미롭게 관찰하시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KDI대학원이 가진 독특한 정체성에서 나오는 균형감이 가장 흥미롭습니다. 저희 기관은 공공기관이자 고등교육기관이며, 동시에 국책연구기관의 지위를 함께 갖고 있어,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면서도 공공 책무성을 고려해야 하고, 교육 또한 실제 정책 현안과 긴밀히 연결됩니다.
그래서 하나의 정책 이슈도 입체적으로 다뤄집니다. 학계에서는 이론적 근거를, 정부와 공공부문에서는 제도 안에서의 실행 가능성을, 국제사회에서는 각국의 조건에 따른 적용 방식을 함께 논의합니다.
제가 흥미롭게 보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KDI대학원에서는 정책이 교육과 연구, 공공 책무, 국제협력의 언어로 동시에 해석되기 때문에, 이곳의 논의는 이론과 현장, 국내와 국제, 학문성과 실용성 사이의 균형을 끊임없이 찾아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Q. KDI대학원에서 여러 부서를 거치며 팀장 자리까지 오시는 과정에서, '공공기관에서 성장한다는 것'은 민간 영역에서의 성장과 어떻게 다르다고 느끼셨나요?

공공기관이라는 범주가 워낙 넓고 기관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경험한 범위 안에서의 이야기임을 먼저 전제하고 싶습니다. 그 위에서 제가 느낀 가장 큰 차이는 ‘깊은 전문가로 성장하느냐, 조직 전반을 이해하는 올라운더로 성장하느냐’, 그리고 ‘자율성과 성과 중심으로 움직이느냐, 공공성과 규율 안에서 판단하느냐’였습니다.
민간에서는 직무 중심의 커리어가 뚜렷한 경우가 많아, 처음 시작한 분야의 전문성을 계속 깊게 쌓아가는 식입니다. 반면 공공기관에서는 조직개편이나 인력 순환에 따라 인사·계약·총무·교육·평가·기획 등 행정업무 전반을 두루 경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공공기관에서의 성장은 하나의 직무를 깊이 파는 동시에, 조직 전체의 운영을 이해해 가는 과정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새 업무를 맡을 때마다 법령과 규정을 다시 익혀야 하지만, 그만큼 기관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어느 순간 개별 업무가 아닌 조직 전체의 흐름과 방향을 고민하게 됩니다.
또 하나의 큰 차이는 판단 기준입니다. 공공기관은 규정과 절차, 예산의 목적, 감사와 평가 기준을 늘 고려해야 합니다. 때로는 속도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국민의 세금과 공적 권한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관장과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기관의 우선순위도 달라지기 때문에, 내가 맡은 업무가 기관의 책무, 나아가 국민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느끼는 공공기관에서의 성장은 단순히 더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규정과 절차 안에서도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며 공공의 이익에 기여하는 판단력을 키워가는 과정입니다. 민간의 성장이 ‘시장 안에서 성과를 증명하는 과정’이라면, 공공기관에서의 성장은 ‘공공성 안에서 책임을 배워가는 과정’에 가깝다고 느낍니다.
Q. 개발협력과 국제정책 분야에서 일하시며, 한국이 '원조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유일한 나라'라는 정체성이 실제 현장에서 어떤 의미로 작동한다고 느끼시나요?

한국이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로 성장했다는 이야기는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중요한 상징성을 갖습니다. 단순히 경제적 성장 그 이상으로, 개발도상국 입장에서 한국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사례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만나는 개발도상국 공무원이나 정책 담당자들은 한국을 단순한 선진국이 아니라, 식민지와 전쟁, 빈곤을 겪고도 짧은 시간 안에 산업화와 제도 발전을 이룬 나라로 바라봅니다. 그래서 한국의 경험은 다른 공여국의 사례보다 더 현실적이고, 자신들의 상황에 적용해볼 수 있는 사례로 받아들여집니다.
물론 한국의 경험을 그대로 다른 나라에 옮길 수는 없습니다. 각 나라마다 역사와 제도, 문화, 행정 역량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발전 경험이 갖는 힘은 정답을 제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국가와 사회가 변화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사례를 보여준다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의 공여국 정체성이 현장에서 일종의 신뢰 자산으로 작동한다고 느낍니다. 과거에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던 나라로서 상대국을 도와주는 대상이 아닌 함께 고민하고 경험을 나누는 파트너로 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발협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존중과 신뢰라고 생각하는데, 한국의 역사적 경험은 그 신뢰를 형성하는 데 큰 기반이 된다고 봅니다.

Q. 풀타임 근무와 KDI국제정책대학원 개발정책학 석사 과정을 병행하고 계십니다. 실무자로서 다시 학생의 자리에 앉아보니, 현장과 이론 사이에서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으신가요?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석사 과정을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만큼 배움의 밀도가 높다고 느낍니다. 학부 때는 수업 내용을 지식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다면, 지금은 수업에서 배우는 이론과 개념이 실제 업무 경험과 계속 연결되어 보입니다.
실무자로 일할 때는 당장 처리해야 할 업무와 일정, 제도와 절차가 우선적으로 보입니다. 왜 이 일이 필요한지를 깊이 생각하기보다, 주어진 일을 정확하고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더 중요할 때도 많습니다. 그런데 다시 학생의 자리에서 개발정책을 공부하다 보니, 제가 해왔던 업무들이 더 큰 정책적 맥락 안에서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사업기획, 예산, 성과관리, 보고서 작성 같은 실무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사업의 효과성과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다시 보게 됩니다.
반대로 실무 경험이 있기에 이론도 다르게 보입니다. 책에서는 명확해 보이는 개념도 현장에서는 이해관계와 행정 역량, 정치적 환경, 문화적 차이 때문에 훨씬 복잡하게 작동합니다. 그래서 이론을 무조건 현실에 적용하려 하기보다, 이론이 현실을 이해하는 하나의 도구라는 점을 더 많이 느끼게 됩니다.
저에게 가장 새롭게 보이는 것은 현장과 이론이 서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현장은 이론이 왜 필요한지를 알려주고, 이론은 현장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줍니다. 그래서 지금의 병행 과정은 단순히 학위를 취득하는 시간이 아니라, 제가 해온 일들을 다시 해석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정리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실무자로서의 경험과 학생으로서의 배움이 서로를 보완하며, 제가 하는 업무와 사업들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해주고 있습니다.
삶의 방향

Q. 공공정책 영역에서 일하시는 크리스천 전문가로서, 신앙이 업무 판단이나 조직 생활에 영향을 미친 순간이 있으셨나요? 이 분야에서 사역하는 크리스천으로서 가지고 계신 사명감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공공정책 영역에서 일하는 크리스천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붙들고 있는 것은 결국 사랑과 헌신, 그리고 겸손인 것 같습니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제 능력이나 의로움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돌아보면 계획하지 못했던 길들이 열렸고, 부족한 순간마다 도우심과 은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을 할 때도 “내가 해냈다”는 마음보다, 주어진 자리에 감사하며 겸손하게 맡은 역할을 감당하려고 합니다.
물론 조직 생활이 늘 평안한 것만은 아닙니다. 억울한 순간도 있고, 사람 때문에 힘들 때도 있습니다. 다만 그럴 때마다 제가 있는 이 자리가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보내신 선교지이자 사역지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선교사라고 여깁니다. 그 관점으로 보면 함께 일하는 동료, 상사, 학생, 외부 관계자들도 단순히 업무상 만나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제게 맡기신 영혼들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당장의 감정대로 반응하기보다 한 번 더 참고, 한 번 더 이해하려 하고,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섬기려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특히 팀장의 역할을 맡으면서 그 마음은 더 구체적인 책임으로 다가왔습니다. 팀장은 단순히 일을 배분하고 성과를 관리하는 자리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팀원들이 성장하고 회복될 수 있도록 돕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조직의 인력이 아닌 하나님께서 맡기신 귀한 사람으로 바라보며, 어떤 강점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려 했습니다.
제가 가진 사명감도 거창하지 않습니다. 제가 있는 자리에서 기쁨과 성실함, 그리고 예수님의 사랑이 조금이라도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공공정책은 결국 사람들의 삶과 공동체를 더 낫게 만드는 일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기에, 행정적 성과나 제도적 완성도만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크리스천 전문가로서 저는 더 특별해 보이는 사람보다, 더 신실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맡겨진 일을 정직하고 성실하게 감당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존중하며, 어려운 순간에도 사랑과 겸손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게 주어진 사람들을 성장시키고 회복시키는 리더로 쓰임받고 싶습니다.

Q. 학부 시절에 읽으셨거나 지금도 후배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자료·습관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학부 시절, 제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모르고 자존감도 낮았던 시기에 큰 도움이 된 책이 있습니다. 조던 피터슨 교수의 『12가지 인생의 법칙』입니다. 지금도 제 삶의 지침서처럼 종종 떠올리는 책입니다. 단순한 자기계발서라기보다 삶의 질서와 책임, 고통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깊이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가 온라인에서 지친 청년들의 고민에 답하던 과정에서 출발한 책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방황하는 청년들에게 실제로 필요한 조언들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저자가 당시 기독교인이 아니었음에도 성경 이야기가 자주 인용된다는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저에게는 “내 삶을 남 탓이나 환경 탓으로 돌리지 않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책임부터 붙들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크게 남았습니다.
책만큼이나 후배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것은 운동입니다. 사실 학부 시절에는 저도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고, 평생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동대 마지막 학기쯤 사회에 나가기 전에 살이 너무 많이 쪘다는 생각으로 처음 운동을 시작했는데, 꾸준히 하다 보니 몸이 조금씩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자신감과 자존감도 크게 회복되었습니다.
운동의 좋은 점은 단순히 몸이 바뀌는 데 있지 않습니다. 운동만으로는 부족하고 휴식과 영양까지 함께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삶 전체의 리듬이 바뀌게 됩니다. 잠을 더 신경 쓰고, 먹는 것을 돌아보고, 하루를 더 계획적으로 쓰게 되면서 작은 변화들이 쌓여 삶 전체에 긍정적인 피드백이 생기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특히 체력이 좋아지면 일과 관계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집니다. 힘든 업무도 조금 더 버틸 수 있고, 감정적으로 지칠 때도 한 번 더 인내할 수 있으며, 여유가 생기니 주변 사람을 돌아볼 힘도 생깁니다.
지금은 감사하게도 인생에서 가장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가끔은 “이걸 학생 때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후배들은 저보다 더 일찍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만큼이나 자신의 몸을 돌보고 체력을 기르는 일도 가볍게 여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결국 오래 공부하고, 오래 일하고, 오래 섬기기 위해서는 건강한 몸과 마음이 가장 기본이 되기 때문입니다.

비전과 메시지
Q. 앞으로 그려나가고 계신 개인적인 비전, 그리고 KDI에서 이루고 싶으신 직업적 비전은 어떤 모습인가요?

개인적인 비전으로는 좋은 가정을 꾸리는 것이 있습니다. 소박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는 일은 한 사람의 삶에서 중요한 부르심이자 훈련의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일터에서 사람을 섬기고 세우는 일을 고민해왔다면, 앞으로는 가정이라는 가장 가까운 공동체 안에서도 사랑과 헌신, 책임을 실천하는 좋은 남편이자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직업적으로는 제가 근무하는 기관이 한국 사회와 국제사회에 더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습니다. KDI대학원은 공공기관이자 고등교육기관, 국책연구기관의 성격을 함께 가진 독특한 기관으로, 교육·연구·국제협력·공공성을 함께 고민해야 하는 곳입니다. 저는 그 안에서 시대에 맞는 정책 인재를 양성하고, 한국의 정책 경험을 국제사회와 효과적으로 나누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특히 데이터와 AI, 국제개발협력, 공공부문 혁신처럼 앞으로 더 중요해질 분야에서 대학원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전략과 제도, 운영 기반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또한 조직 안에서는 사람을 키우는 리더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좋은 제도와 전략도 결국 사람이 실행하는 것이기에,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계속 감당하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제가 하는 일이 행정 업무에 머무르지 않고, 더 좋은 교육과 연구, 더 나은 정책 역량, 그리고 한국과 국제사회를 잇는 의미 있는 연결로 이어졌으면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하고 있는 한동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후배님들께 꼭 전하고 싶은 말은, 여러분이 결코 혼자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제가 사회에 나와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한동대가 전교생 4,000명이 되지 않는 작은 시골 학교임에도 국내외 어디를 가든 한동의 선배들이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선배들은 단지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사명을 훌륭하게 감당하고 계셨습니다. 저 역시 그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많은 도움과 영향을 받았습니다.
사회에 나가는 길이 막막하고 두렵게 느껴질 때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어두컴컴한 곳에 홀로 내던져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각자의 자리에서 밝은 횃불을 들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는 선배들이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두려워하지 마시고, 한동에서 배우고 고민했던 가치들을 품고 여러분에게 주어진 비전을 향해 기쁜 마음으로 나아가셨으면 합니다. 때로 길이 조금 돌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맡기신 자리에서 신실하게 배우고, 사람을 사랑하고, 맡겨진 일을 성실히 감당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여러분도 누군가에게 그런 선배가 되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길을 걸어간 사람이 뒤따라오는 이에게 작은 빛이 되어주는 것, 그것이 한동 공동체가 가진 참 귀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자리에서 마음껏 도전하시고, 그 길 위에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한동인으로 멋지게 쓰임받으시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