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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0일, 언론정보문화학부 주관으로 열린 특강 <미디어 무한경쟁 시대, 콘텐츠로 생존하라>는 많은 한동인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특강을 통해 99학번 박상현 동문은 실리콘밸리 IT기업인 페이스북에 몸 담으며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유익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특히 무한에 가까운 다양한 매체가 공존하는 미래에 우리는 어떤 역량과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오늘날 한동인들이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커뮤니티를 이루어 모두가 더 가까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페이스북에서 일하고 있는 박상현 동문을 만나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와 현재 어떤 일을 맡고 계신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페이스북코리아에서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무슨 일을 어떤 뜻으로 하고 있는지 언론을 통해 홍보하는 일을 돕고 있습니다.

Q. 어떤 계기로 페이스북코리아에 가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예전부터 즐겨 쓰기도 했지만, 기업으로서도 관심이 많았어요. 우연히 지인의 추천으로 지원했는데 운 좋게 일 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페이스북 채용(Facebook recruiting)을 검색하시면, 현재도 세계 각지에서 일 할 분들을 계속 많이 찾고 있어요. 더 많은 한동인들이 지원하면 좋겠습니다.

Q. 한동에서의 배움이 사회 생활에 도움이 된 적이 있으셨나요? 있으셨다면 어떤 부분이셨나요?
온전히 실천하진 못해 부끄럽지만, 아너코드처럼 ‘바르게’ 의사 결정을 하려고 노력하는 태도가 제일 큽니다. 일이란 게 원칙대로 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어느 정도 현실과 타협할 때가 많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바른 기준을 정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제 자신과 상황에 맞서야 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만약 제가 한동을 다니지 않았다면, 대부분의 순간에 훨씬 더 쉽게 물러서면서 살았을 거에요. 다행히, 여전히 세상에 이런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이 계셔서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저 자신이나 제가 속한 조직의 이익 너머에 있는 더 큰 가치를 생각해보는 것도 학교에서 배운 거 같아요. ‘배워서 남주자’ 같은 자기 희생의 경지엔 턱 없이 부족하지만, 적어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지를 고민해 보는 습관은 한동 덕분인 것 같습니다.

Q. 그동안 사회 생활을 해오시면서, 중요하다고 느끼신 역량 혹은 후배들이 갖추면 좋을 역량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제가 스스로 정말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하나는 ‘바르다고 생각하는 것(right things to do)’을 현실로 만들 수 있도록 합리적인 전략을 세우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역량입니다. 보통 ‘바름’을 ‘의지’나 ‘태도’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마음가짐만으로 장애물을 마주하면, 이를 극복하지 못할 때 오는 좌절감이 나의 ‘나약함’에 대한 자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 없이 많은 장애물을 계속 극복하면서 나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자존감을 낮추고 동력을 잃게 만드는 거죠. 목표를 위해 문제를 명확하게 규명하고,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나누는 것, 그걸 언제까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촘촘하게 계획하고 실천하는 능력이 정말 필요한 것 같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상대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역량입니다. 이건 정말 배려가 아니라 역량이에요. 해가 갈 수록 세상은 더 ‘나’에 집중하는 것 같아요. 집단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해 온 과거의 정서를 고려하면 분명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적어도 어떤 행동이나 결정을 할 때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 어떤 영향을 줄지 고려하지 않는다면, 결국 내 행복이나 성취가 다른 사람이나 사회에 해가 될 가능성도 분명 있습니다. 심지어 의도가 선하더라도, 원치 않는 사람에게 ‘나는 너를 이렇게나 사랑하니 나를 사랑해줘’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상대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행동은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짧지 않은 직장 생활 동안 지켜보니,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상대가 원하는 것 사이를 좁히는 능력이 결국 ‘일 잘한다’,’좋은 사람이다’라는 평가를 불러오더라고요. 나를 강요하는 사람을 ‘꼰대’,’헬저씨’로 부르며 조롱하면서도, ‘나’만 생각하는 사람이 넘치는 역설적인 세상에서, 역지사지 할 수 있는 여유는 큰 강점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Q. 선배님은 재학생 때 어떤 학생이셨나요?
부끄럽게도 지금보다 훨씬 더 인격적으로 미성숙했고, 많은 교수님들과 선후배, 친구들에게 폐를 끼치며 살았어요. 학업 이외의 다양한 것들에 대한 관심이 너무 컸고 당연히 성적도 좋지 않았죠. 그 관심사들 하나하나가 모여 지금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 것은 사실이지만, 아주 조금만 더 선택과 집중을 했더라면, 좀 더 의미 있고 또렷한 삶을 살고 있지않을까 싶습니다.

Q. 선배님께는 어떤 10년 뒤 계획이나 비전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커리어의 측면에서는 제가 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과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컴퓨터 사이언스 사이에 다리가 되고 싶다는 바램이 있고, 제가 하는 일이 세상이 나아지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디테일은 하나님이 알아서 해주시겠죠.

Q. 마지막으로 한동의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학부생 때 저는 정말 보잘 것 없고 부족했어요. 그런데 그런 저 조차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삶의 방향성이 생기고, 스스로를 더욱 다듬어 가는 과정을 겪게 되긴 하더라고요. 대학원까지 11학기를 학자금 융자로 다녔고, 천 원이 없어서 떡볶이 1인분을 사먹지 못 하거나, 빌린 돈 5만원을 제때 갚지 못해 친구를 잃은 적도 있었어요. 다행히 이제는 학자금도 다 갚고, 먹고 싶은 것도 사먹을 수 있는 감사한 삶을 살고 있네요.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하나님만 아시고, 저는 지금까지 잘 지켜주셨던 경험에 기대 크게 걱정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니 너무 오늘에 초조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쉽지 않지만… 당장의 상황이나 눈 앞의 성취보다 먼 미래의 내가 무엇을 하면 행복할지, 내가 하는 일은 세상에 어떤 의미가 될 지를 매일 차곡차곡 준비하시면 나머지는 분명 채워진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