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에 반향을 일으킨 독립 영화 <우리들>과 그 후속편 <우리집>, 그리고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한 단편영화 <호산나>의 촬영감독 김지현 동문을 모셨습니다. 산업정보디자인 학부(현 콘텐츠융합디자인학부) 00학번인 김지현 촬영감독님은 최근 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기도 하셨는데요, 어떻게 촬영감독의 자리에 가게 되었는지, 지금 하는 일에 대해서, 그리고 후배들을 위한 아낌없는 따듯한 조언을 들어보았습니다.
Q. 선배님은 대학시절 어떤 학생이었나요?
저에게는 한동대학교가 호그와트 같았어요. 그렇다고 해리 포터처럼 집이 싫었다는건 절대 아니고, 그만큼 학교에 가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게 기다려졌습니다. 특히 전공인 디자인에 흥미를 많이 느껴 다른 동아리 활동은 하지 않고 오로지 학부 활동에만 전념 했었습니다. 거기에 더불어 TA도 하고 방학 때 학교에 남아서 계절학기 전공수업을 수강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네요. 놀 때는, 천마지나 바닷가에 가기보다는 육거리에서 커피 사들고 극장에 주로 다닌 타입이고구요(요즘은 육거리에 가지 않는다면서요?) 그 밖에는, 4학년 때까지도 팀장을 했었고, 학부기도회 인도자였었고, 나름대로는 모범적으로 학창시절을 보내지 않았나 싶은데요,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좀 고지식한 모범생 같았다고 해야 할까요?

Q. 어떤 계기로 촬영감독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워낙 영화 보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사실 감독이나 촬영감독이 되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특별한 계기라고 할 만한 것이 있다면, 한동대 재학시절에 언론정보문화학부 친구들 소개로 단편영화 만드는 수업을 들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때 만든 영화가 운 좋게 한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는데, 큰 스크린에서 내 영화를 보게 된 이후로 적잖이 충격을 받았고, ‘아, 영화를 계속 만들고 싶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촬영감독이냐 하면, 그것도 사실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요. 첫째로 디자인 전공생이었기 때문이고, 둘째로 아버지가 사진을 좋아하셔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수동카메라를 다룰 수 있었기에 독립영화 팀에 들어가면 항상 촬영자 역할을 떠맡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되었네요.
Q. 참여한 영화 중 인상 깊었던 작품에 관해서 이야기해주세요.
인상 깊었던 작품은 많지만 <호산나>얘기를 좀 더 해볼까 해요. 학부에서 영화를 전공하지 않았고, 영화 현장 경험도 많지 않았던 저는 사실 촬영자로서는 크게 내세울 장점이 없었어요. 당연히 큰 작품이나 기획단계부터 인기가 많은 작품에는 참여할 수 없었죠. <호산나>도 저와 비슷했던 것 같아요. 다소 무거운 주제와 난해한 시나리오, 극단적인 표현 수위 때문에 여기저기서 찬밥 신세였습니다. 저에게 그런 <호산나>가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제가 가진 기독교적 세계관 때문이었습니다. 시나리오의 시작부터 끝까지 다 동의가 되고 이해가 되었다기보다 기독교적인 세계관으로 쓰인 이야기라는 점이 흥미로웠던 것이죠. 한달 반 정도 감독과 먹고 자고 하면서 촬영한 <호산나>는 1년여 만에 완성된 이후 조금씩 여기저기서 화제가 되다가 결국엔 제65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종종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고, “<호산나>처럼 촬영해 주실 수 있을까요?”라는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를 자주 듣게 되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존재감이 없었던 저라는 촬영자의 존재를 알릴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작품입니다.
Q. 현장에서 후배들이 갖추어야 할 역량은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심미적인 것에 대한 나름의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무엇이 아름답고 왜 아름다운지, 그리고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여겨지는지, 그렇다면 왜 그런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결국은 일반화시킬 수 있는 미의 기준을 스스로 느끼는 시각적 흥미에서부터 시작해서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카메라나 빛에 대한 이해도 중요합니다. 반석 위에 집을 세우듯이 자신이 다루는 카메라와 렌즈 등에 대한 이해가 튼튼할수록 더 다양한 응용도 가능한 것이죠.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과 관계에 있어서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절대로 혼자서 만들 수 없고, 많은 사람들과 관계하고 소통하면서 만들어야 합니다. 그 안에서 매력적이고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려면 전략적인 지혜로움도 필요합니다. 다음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나와 함께할 사람들이 필수적이니까요.

Q. 현재 진행하시는 일과 향후 계획, 비전은 무엇인가요?
요즘은 지난겨울에 촬영했던 영화의 후반 작업과 곧 크랭크인을 앞둔 있는 JTBC 드라마의 촬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이후의 작업에 대해서도 조금씩 이야기가 오가고 있긴 합니다만 아직 정확한 일정이 정해지지는 않았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영화나 영상 쪽 제작 기반이 매우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이 상황이 갑자기 좋아지기만을 바랄 수는 없고,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영화영상제작체계를 마련해야 하는데 딱히 좋은 방법이 없어서 고민 중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마음이 맞는 좋은 영화동료들과 소규모 프로덕션을 만들어볼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건강을 위해서 요가를 배워볼까 생각하고 있고요. 촬영감독은 몸과 머리를 동시에 사용하는 직군이라 몸을 소중하게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한동의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한동대학교에서 보낸 시간은 저에게 좋은 자양분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난 어떤 사람일까? 뭐가 하고 싶을까?’ 나 스스로에 대해서 많은 질문을 던져보고 깊게 고민해보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시간들은 아직까지도 제가 촬영감독으로 일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시간 부자’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후배님들은 저에 비해 상당한 ‘시간 부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시간을 남용하면 안되겠죠. 영리하게 시간을 디자인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편견 없이 만나보고 그 안에서 많은 고민을 해보시고 무언가 느껴보는데에 여러분의 귀중한 시간을 사용하시면 좋겠습니다. 학교 생활도 중요하지만 낯선 곳으로 여행도 다녀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내가 아닌,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은 어떤 것인지, 포커스를 나에게 맞추어 보는 온전한 시간을 보내고 나면 다른 사람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훌륭한 지성인으로 성장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저도 그랬으면 좋겠구요. 건승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