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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수어통역센터에서 농인과 청인의 소통을 담당하고 있는 최재호 수화통역사님은 한동대학교 생명공학부를 졸업한 01학번 동문입니다. 농인들의 귀와 소리가 되어 지난 20여 년 동안 언어 장벽을 낮추기 위해 힘써 오신 최재호 수화통역사님은 농인과 청인의 두 세계가 보다 대등하게 연결되기를 꿈꾼다고 말합니다.

2학년 때 생명공학부로 전공을 정한 이후로 2016년까지 생명공학연구소에 있으셨지만, 수화는 1학년 때부터 했으니 전공보다 오래했다며 웃으시는 최재호 동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포항시 수어 통역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고요, 01학번 생명 전공했고 이름은 최재호입니다. 얼굴 이름은 쌍꺼풀 남자예요. 그때(이름을 지을 때)는 제가 되게 말라서 눈이 더 도드라져 보였거든요. 농인들이 제 얼굴 보자마자 바로 만들어 줬어요. 농인들은 진짜 특징을 딱 잘 잡아내거든요.

Q. 정확히 어떤 일들을 하시나요?
수어 통역센터에서 하는 일은 회원분들이나 포항지역 농인분들이 요청하시면 어떤 상황이든 일단 통역을 나갑니다. 예를 들면 병원통역이나 법률통역이나 하다못해 급하면 시장에 같이 물건 사러도 가요. 사고가 났을 때도 그렇고 어쨌든 농인들에게 문제가 있으면 웬만하면 24시간 출동 서비스처럼, 아, 교육 일도 하고 있어요.

Q.어떤 계기로 수화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저는 귀가 안 들릴까 봐 배웠어요. 대비한 거죠 나름. 그래서 점자도 할 줄 알아요. 이런 사람이 잘 없더라고요. 저는 보통 대부분 그래서 배우는 거 아닌가 했는데 아니더라고요. 내가 그렇게 될 수도 있겠구나 배워야 되겠다 생각했는데 처음엔 어떻게 배워야 할지 몰랐어요. 근데 한동대를 왔는데 오니까 수화동아리도 있고 수화교실도 있고 점자교실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무조건 그거 먼저 신청을 해서 들었죠.

Q. 수화 통역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그때 좀 수화에 미쳐있었어요, 1학년 때, 다른 거 안 하고 수화만 했어요. 학점 막 F나오고 수화랑 점자만 A+나오고.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다른 거 안 하고 계속 그렇게만 살았어요. 그래서 우리 학교에 농아인이 들어왔다고 소문이 난 적도 있었어요. 1학년 때 공부하고 2학년 때 시험 봐서 수화통역 자격증을 바로 땄어요. 저도 제가 이쪽으로 갈지는 몰랐어요. 생각해보면 이걸 전공보다 오래 하긴 했는데 이게 직업이 될 줄은 몰랐어요.

Q. 방송통역부터 시장 일까지 공사를 넘나들면서 일을 하고 계시는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저는 제 첫 통역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하루는 내일 아침에 통역이 필요한데 딴 사람이 안 올 것 같으니까 니가 꼭 오라고 7시까지 오라는 거예요. 분명히 나긋나긋하게 가보니까 분위기가 너무 험악한 거예요. 알고 보니까 시청에 데모하러 가는데 거기 통역하라고 부른 거였어요. 왜 이게 기억에 남느냐면 저희가 농아인 협회에서 10분이 갔고 시각(장애인)협회에서 2분이 가셨어요. 같이 따지러, 시각장애인 협회에서 오신 두 분은 막 소리를 지르니까 어쩔 줄 몰라 하는데 우리 쪽은 굉장히 무시하더라고요. 그때 알았어요.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대화가 안 되니까 다들 안 받아주더라고요 그래서 농아인들을 ‘사회적’ 장애인이라고 불러요. 그런 걸 첫 통역 가서 뼈저리게 느꼈죠.

Q. 어떤 수화 통역사가 되고 싶으신가요?
일단 제대로 된 통역을 하는 통역사가 되고 싶고요. 저는 수화라는 언어에 관심이 굉장히 많아요. 제가 왜 수화를 배웠는지 말씀드렸잖아요. 가장 큰 문제가 청각장애가 있으신 분 중에 노인성 청각장애 분들이나 후천적 청각장애 분들은 수화를 할 줄 몰라요. 그럼 대화하기가 굉장히 힘들잖아요. 그럼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그래서 제 결론은 수화를 어릴 때부터 교육하자거든요. 독일어나 일본어 배우듯이 제2외국어로 수화를 학교 교육에 넣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Q.청인들이 알면 좋은 농인들만의 문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전국에 농아인들이 대부분 서로 알 정로도 농아인 커뮤니티가 굉장히 좁아요. 농인들이 있는 사회를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서 어딜 가나 농인들이 있는 곳이라면 같이 모여 있어요. 또 그런 문화가 있어요. 소리에 신경을 전혀 안 써요. 본인들이 내는 소리도 안 들리니까. 설거지라도 하면 큰 사고 난 거처럼 들려요. 그래서 유리한 점이 포스코나 목수 일 같이 아무리 소음이 있고 험준한 환경이어도 너무 쉽게 일을 하세요.

Q.한동대 재학 중인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분명히 청년 때 믿음에 대한 고민도 많을 거고 장래에 대한 고민도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딱 두 가지만 지켜줬으면 하는데 예전에는 어디 가나 기도하는 학생들이 있었거든요. 지금 벧엘관 있는 자리에 벽돌로 HD라고 쌓아놓은 광장이 있었는데 한 명이 기타 들고 나와서 찬양하면 삼삼오오 모여서 같이 찬양하고 그랬었어요. 언제 어디서나 기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후배들한테 얘기해주고 싶고 나머지 하나는 전공을 열심히 공부하라 이런 건 내가 안 했으니까 뭐라고 할 말이 없어요. 대신 아까 얘기한 것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걸 꼭 찾았으면 좋겠어요. 굳이 직업으로 가질 게 아니더라도. 옛날에 저는 소울 활동을 하면서 새벽 2시 전에 기숙사에 들어가 본 적이 없어요. 너무 좋아서. 그게 좋다 나쁘다를 말하는 게 아니라 그런 열정이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