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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청년들 귀중

안녕하세요! 구슬입니다.
한동인들에 대한 멋진 수식어들이 많지만, 제 머릿속에는 '한동인' 하면, '바보'라는 수식어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내가 아닌 남을 위해 공부하고, 돈보다는 꿈과 사명을 쫓는, 그래서 comfort zone을 종종 떠나는... 세상은 똑똑한 사람들에 의해 발전하지만, 바보 같은 사람들에 의해 멸망을 면하고 존속되는 것이 아닐런지요.


한동인 여러분은 한센인들을 아실까요?
소위 나병, 문둥병으로 알려진 전염병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나균의 감염으로 발병하는 이 병은, 눈과 피부, 말초 신경에 뚜렷한 손상을 주고, 신경장애에 의해 얼굴이나 수족에 변형을 일으킵니다. 이 병이 가져다주는 또 다른 증상 중 하나는 군데군데 감각이 없어진다는 것인데, 감각이 없어 다쳐도, 피가 철철 흐르는 것이 보이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없고, 외부의 충격에도 피하지 못 하여 병을 키우는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이들의 맑고 순수한 영혼을 만날 때면, 몸에 감각이 없어지는 것보다 더 무섭고 안타까운 것이, 영혼에 감각이 없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 생각이 여기에까지 미치게 되면, ‘하나님 앞에서’ 장애를 가진 자는 그들이 아닌 나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아무튼, 필리핀에는 이런 한센인들이 유독 많습니다. 지금까지도 2500~3000명이 매년 한센병에 새로 걸리는데, 이는 서태평양 국가 중 가장 높은 발병률이고, 모든 나라를 통틀어서도 높은 수치입니다. 세상이 악해서인지, 사람들이 무지해서인지, 한센인들은 예수님께서 사셨던 시대부터 종종 멸시와 배척의 대상이 되었는데요, 이곳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음성(陰性) 한센인들은, 약물치료를 통해, 외상만 있을뿐, 전염력은 사라진 상태임에도, 가장 가까운 가족을 비롯한 소속 집단과 사회로부터 외면 당하여 내면의 아픔과 빈곤으로, 버거운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속해있는 재단이, 그런 한센인들의 재활과 자립을 돕고자 세 개의 재활촌과 정착촌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마을들은, 한센인들이 몸과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치료와 치유의 장이 되고 있고, 다시금 꿈을 꿀 수 있도록 격려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비(非)한센인들이 갖고 있는 소소한 일상의 꿈... 결혼하여 가정을 일구고, 일을 하여 땀을 흘린 만큼 소득을 얻고, 쫓겨날 염려가 없는 안전한 집에서 사는 권리와 행복을 그들도 소망할 수 있도록 부족하게나마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반가운 것은 한동동문이 2대째(?) 전임간사로 봉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센인들을 위한 여러 사역과 프로그램들 중, 자랑하고 싶은 사역이 있다면, 잠보앙가라는 필리핀 남단, 무슬림 지역의 무슬림 한센인들을 위한 지원활동입니다. 무슬림 한센인 여성들에게 문맹퇴치 교육을 통해 읽고 쓰는 즐거움을 제공하고 무지로 인해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일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요. 그러다가 하나님의 계획하심과 은혜로, 기독교로 개종하는 사람이 생기면 보람은 배가됩니다.

또 한 가지는, 한센인 자녀들을 위한 지원입니다. 한센병은 유전병이 아님에도, 사회의 편견으로 한센인들의 자녀들도 한센인 취급을 종종 받고, 그렇지 않다면, 그 부모의 가난과 차별이 대물림 되어 또래 친구들보다 불리한 출발을 하게 됩니다. 이 아이들이 적어도,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유치원을 운영하고, 영양 개선을 돕고 장학금과 학용품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느새 자라서, 배워서 남 주는 바보 같은 사람들을 통해, 자신도 배워서 남 주어, 지역사회와 나라를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에 기여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 기대로, 저희는, 때로 답이 없고 끝이 없어 보이는 이 사역에, ‘썩어 없어지는’ 한 알의 밀알 되어 보고자 서 있습니다. 부름에 응답하여, 지금 여기에...

사족입니다만, 한 알의 밀알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자신이 죽는 ‘희생’이 필요합니다. 우리 세대는,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것을 ‘어리석은 것’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썩어지는’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주십시오.

누군가가 그럽니다. "한센인들의 문드러진 손을 잡을 때, 예수님의 손을 잡는 것 같다."고
정말 그런 느낌이 드는지 궁금하시죠?
There's only one way to find out!
YOU are cordially invited!

- 필리핀에서, 바보 'wanna be' 올림.


단기 방문, 장기 봉사 환영합니다.

Contact : http://www.facebook.com/sorokuni, e-mail: rntm2001@gmail.com
우리 한센인들이 필요로 하는 것에, 물질이나 건물도 포함되어 있어서 관련 후원들을 받고 있지만, 가장 중요하고도 분명한 필요는, 이들이, 가까이에서 보고 배우고, 격려 받을 수 있는 '기독인'입니다. 돈은, 믿지 않은 사람이나 기관에서 받을 수도 있지만, 기독 가치관, 바른 가정의 모델, 진리와 연결된 삶은 기독인으로부터가 아니면 얻기 힘든 것이니까요.

그대 한동인, 한센인의 손을 잡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