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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흙냄새가 좋습니다. 바람도 좋고요. 저녁에 노을 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그런 곳이 있는 곳에서 살고 싶습니다. 그런데 뭐 그 땅이 꼭 아프리카가 아니더라도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곳을 가보는 게 꿈이죠. 그저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요. 저는 그냥 그 사람들과 함께함으로 서로 친구가 되고 기쁘게 생활하는 것이 꿈이에요. 그렇게 살 수만 있다면 그것은 저에게 있어 가장 큰 축복이죠”

안녕하세요 95학번 졸업생 김승환입니다. 여러분과 만나게 돼서 반갑습니다!
저는 1999년 2월에 졸업했습니다. 당시엔 첫 졸업생을 첫 열매라고 부르며 학교 전반적으로 기대감들이 굉장히 충만했습니다. 그래서 2박3일 졸업 캠프도 하고 첫 동문회도 시작하게 됐답니다. 저는 그때 당시 동문회장직을 맡아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중엔 다른 분으로 바뀔 것을 기대하고 있답니다( 이 인터뷰 이후 2013.6.1 총동문회에서 최유강 신임회장이 선출되었습니다.).


저는 이때까지 졸업생들이 계속 모일 수 있는 장을 만들고 기초적인 시스템들을 만드는 데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 결과 매년 한 번씩 서울에서 전체 총동문회를 열고 있어요. 그 자리를 통해 졸업생들이 한동을 다시 느낄 수 있고, 교수님들과 총장님을 다시 뵙는 등 자신의 풋풋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릴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세상에 나간 졸업생들은 각자 다양한 종류의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어요. 어떤 친구들은 금방이라도 세상을 바꿀 듯한 기개를 지닌 채, 훌륭한 일들을 잘 감당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 어떤 친구들은 전자의 경우와 비교해 노력을 동일하게 했음에도 본인이 살짝 만족스럽지 못한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고요. 물론 총동문회 운영 초창기엔 특정 성공한 친구들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에 주제가 집중돼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이제는 그런 분위기보다는 세상적 성공과 상관없이 우리 함께 모이자는 데 의견이 합치되고 있어요. 즉, 성공 지향적인 타 대학 동문회와 같은 맥락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졸업생들의 현 상태와 상관없이 그들 스스로가 계속 발전하는 과정 중이라는 것을 믿고, 모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것이었지요. 이제 곧 저희 안에서의 이러한 의견들이 총동문회 운영에 적극 반영될 예정입니다.

우물 사업 관련해서는 2008년도에 관련 팀에 합류해 훈련을 받고,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우물 파는 팀을 알게 된 계기에 대해서 알려드릴게요. 저는 졸업한 직후, 한 회사에 합격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잘 알고 지내던 교수님께 갑자기 전화가 온 거에요. “너 뭐하고 지내니?”라고 물어보셔서 “저 다음주부터 회사 나가려고 합니다”라고 대답했더니 그분이 “그럼 내일 점심이나 같이 먹자”고 하시는 거에요. 다음날 만난 교수님께서는 제게 “넌 분명히 잘 살 것이고 좋은 사람이 될 거야, 그런데 한편으론 남을 위해서 좀 더 시간을 쓰는 삶을 살아보면 어떠니?”라고 말씀하셨어요. “하나님께선 공평하셔서 아프리카 사람들을 저렇게 언제나 도움을 받기만 하는 사람으로 남겨두시진 않으실 거야”라는 이야기도 덧붙이셨죠. 그리고 ‘언젠가 분명 아프리카사람들도 다른 세계의 사람들을 도울 것이다’라고 얘기하셨는데 그 때를 함께 준비하는 특권을 누려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해 주시는 말씀에 매우 감동받고 합격한 회사에 가지 않은 채 프로젝트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물을 파다 보면 정말 재미난 일들이 많아요. 또한, 사람들의 환희 순간을 직접 보게 됩니다. 평소 우물을 파게 되면 약 백여 명의 사람들이 구경하러 나옵니다. 게다가 만약 특정 날이 물이 나오기로 한 예정일이라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각자 옷을 차려입고 나옵니다. 그리고 마침내 물이 펑펑 솟아나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진심으로 기뻐합니다. 행복해합니다. 저는 그런 일들을 계속 반복적으로 해왔어요. 마사이 마을, 소말리아, 케냐 등을 왔다 갔다 하며 개인적으로 느끼게 된 것은 ‘우리가 비록 우물을 파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희망이구나’라는 것이에요. ‘내가 희망을 파고 있구나, 하나님께서 누군가에게 나를 보내셨구나, 참 감사하다’라고요.


한편 한동에도 늘 감사한 것이 많아요. 배운 것들도 많고요. 물론 한동이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 약간의 부족함이 한동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해요. 저는 한동에서 정직함을 배웠습니다. 그렇다고 저자신 항상 정직하다고 보긴 어려워요. 하지만 늘 정직에 관한 기준이 제 안에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을 통해 제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고요. 제가 한동에서 배웠던 또 다른 것 중엔 다름을 이해할 수 있는 배경을 배운 것도 포함됩니다. 한동엔 너무나 서로 다른 많은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러한 다름을 틀림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함께 합심했을 때 더욱더 건강한 결과를 낳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재학생들에겐 이 자리를 빌려 3가지 정도 꼭 이야기하고 싶어요. 첫 번째는 정직과 진실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아가는 훈련을 계속 반복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정직하게 되는 과정은 훈련인 것 같아요. 진실을 정확하게 알게 되는 과정 역시도 훈련인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다름을 인정하자는 겁니다. 저는 북한 사람들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를 향한 사랑과 동일할 것이라고 믿어요. 하나님 앞에서 그들은 절대로 소외되지 않습니다. 아프리카 사람들도 마찬가지고요. 아무리 그들이 헐벗고 굶주렸고, 종교적으로 정치적으로 탄압을 받는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하더라도 하나님의 사랑만큼은, 모두에게 동일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당연히 ‘Why not change the world’죠. 20살 청년에게 그것은 반드시 필요한 말인 것 아닐까요?


저희가 30대나 40대가 되어서도 ‘Why not change the world’는 의미가 있죠. 특히 졸업하고 나면 바로 느낍니다. “아! 나 혼자 살기 힘들구나, 내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무슨 소리야 나도 살기 힘들어, 나부터 변화돼야 하는데……” 라고 말이죠. 그리고 “지금 내 주변조차 하나도 변화 못 시키는걸”이라는 고민들을 통해 ‘Why not change the world’가 점점 그 안에 갈등을 만들며 체득화되면서, 결국 그 본질에 좀 더 접근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 나간다고 봐요.

“Never give up” 절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삶이 힘들지만, 우리가 화려한 성과를 내려고 이 땅에서 살아가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내 안에 있는 그것을 지킬 수 있고, 내 주변 사람들의 손을 잡고 따뜻함을 나눌 수 있는 것. 그게 ‘Why not change the world’의 실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재학생들 졸업생들 모두 지금의 우리 모습과 이룸과 상관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귀한 존재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