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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24일 오전 10시 30분. 이문환 동문은 인천국제공항을 떠나 에티오피아-케냐-탄자니아-베냉-잠비아-짐바브웨-보츠와나-나미비아-남아공-영국-아이슬란드-노르웨이-영국-크로아티아-터키-이란-스페인-페루-볼리비아-아르헨티나-캐나다 등 20여 개국을 거쳐 동년 12월 26일 입국할 때까지의 6개월간 세계일주를 시작했다.

여행을 떠날 각오가 있는 사람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문환 동문은 대학시절부터 틈틈이 여행을 많이 다녔다. 1학년 겨울방학 때는 아프가니스탄 단기선교를 다녀오고 2008년 1월에는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트레킹도 했다. 그는 이렇게 20개국 정도 다니다 보니 남들이 잘 안 다니는 나라로 여행을 가보자는 마음을 늘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책을 읽고 세계일주를 결심했다.

“군 생활 말년을 무료하게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세계일주 바이블’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는데 정말 충격이었죠.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이미 세계일주를 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세계일주라는 게 말만 거창하지 사실 하고 보면 별게 아니겠구나’ 싶었죠. 그래서 책을 보면서 ‘언젠가는 가게 될’ 세계일주 루트를 짜면서 혼자 상상만 하다가 불현듯 ‘지금이 아니면 언제?’ 라는 물음이 생기더라고요. 직장을 찾기 전, 결혼하기 전, 아직 20대인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부모님께 말씀을 드린 후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여행은 사람을 순수하게, 그러나 강하게 만든다
이문환 동문은 가족들의 응원 속에 공군장교 3년 동안 모은 월급 2000여만 원을 가지고 여행을 준비했다. 그는 세계일주에서 만날 현지 아이들을 위해 즉석카메라를 챙겼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각종 여행 블로그와 여행기를 수도 없이 읽었는데 거기에 보이는 현지 아이들의 사진을 보고 ‘이 아이들은 여행객의 카메라에만 자기 모습이 담길 뿐 자기 모습은 볼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아쉽더라고요. 그러면서 ‘그럼 나는 이 아이들에게 사진을 주는 여행자가 되자’고 결심하고 즉석카메라와 필름 1000장을 샀어요. ‘Free Photo for Children’이라는 저만의 프로젝트 이름도 짓고요. 결국 1000명은 못 채웠지만 아이들이 자기 사진을 수줍게 받을 때의 그 미소는 잊혀지지가 않네요.”





물론 여행에서 좋은 기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사기도 당하고, 이란에서는 남자한테 성추행도 당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스타벅스에서는 프로 소매치기에게 휴대폰을 도둑맞았다.

“조심성이 많은 편이라 소매치기는 절대 안 당할 줄 알았는데 껌 같은 걸 파는 척하면서 말을 걸더니 그냥 테이블에 있던 휴대폰을 가져갔어요. 그 당시엔 어이가 없고 스스로한테 화가 났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재미있는 에피소드 중 하나였네요.”

그는 세계일주를 하면서 한동인들도 만날 수 있었다.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는 굿네이버스에서 일하고 있는 이진무 동문(04)을 만나 굿네이버스 사업장을 방문하고 지방도시 여행도 다녀올 수 있었다. 케냐 나이로비에서도 여러 동문을 만나 선물도 받고 숙식을 해결하는 등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너무나 값진 시간이었던 M.TREE 프로젝트
이 동문은 여행을 준비하던 2013년 4월, M.TREE 프로젝트 공고에 나온 날짜가 자신이 아프리카에 있는 7~8월인 것을 보고 프로젝트에 지원했다. M.TREE는 2013년 7~8월 케냐에서 어린이 미술교육인 ‘Brush with Hope’와 ‘흙 건축 프로젝트’를 서아프리카 베냉에서는 청소년 패션교육 프로그램인 ‘Fashion for All’을 진행했다. 그는 패션교육 프로그램에 미디어 담당으로 뽑혀 베냉에서 일했다. 또한 케냐를 여행할 때는 ‘Brush with Hope’와 시간이 맞아 ‘Brush with Hope’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이 동문은 이 기간이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케냐에서 1주일, 베냉에서 1주일 이렇게 M.TREE 프로젝트에 겨우 2주 참여했을 뿐인데 전 세계에서 모인 멋진 크리스천 젊은이들과 깊은 교제도 나누고 서로의 비전도 나누는 정말 값진 시간이었어요.”









또한 베냉에서의 생일파티는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었다고 전했다.
“Fashion for All 공식 일정을 다 마치고 헤어지기 바로 전날 밤 저녁 식사 준비를 돕고 있는데 갑자기 28이란 숫자 모양의 촛불과 함께 케이크가 등장하는 거예요. 다음날이 제 생일이라 멤버들이 저 몰래 케이크를 준비한 거죠. 생일 당일에 혼자 잠비아로 가야 해서 이번 생일은 혼자 보내겠구나 했는데 어떻게 알고 깜짝 파티를 해 주셔서 기뻤어요. 그때 쓰였던 28 숫자 모양의 초는 여행이 끝날 때까지 가지고 다녔어요.”



여행에서 좀 더 새로운 나를 만나고, 다시 일상으로
이 동문은 넓은 세상을 보고 오니 마음이 좀 여유로워지고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주위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젊은 시절에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여행하길 권했다.

“여행 중 만난 대부분의 사람은 돈이 많고 시간이 남아돌아서 떠난 사람들이 아니었어요. 돈이 없으면 만들어서, 시간이 없으면 짬을 내서라도 여행을 온 사람들이에요. 학점, 영어 등 각종 스펙을 쌓는 일에만 몰두하는 경주마가 되질 않기를 바랍니다. 그런 것들을 등한시하라는 말이 아니라 가끔은 짧은 기간이라도 직접 두 눈으로 세상을 경험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여행을 떠나보라는 말을 하고 싶네요. 기왕이면 젊은 지금 이때에 말이죠.”




한동아카이브
글_구요섭(09) | 디자인_김진경(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