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페이지로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저는 언론정보/공연영상을 전공한 04학번 박상준입니다. 학교를 좀 오래 다녔는데, 작년에 졸업하고, 지금은 서울시 청년일자리 허브에서 일하고 있어요. 학교 다닐 땐, 영화를 찍는 등 영상을 중심으로 공부했고, 영상학회 카존에서 활동했습니다.



몸담고 계신 청년허브는 무슨 일들을 하고 있나요?
청년허브는 '청년의 활동과 모임을 지원하고, 상호학습의 장을 열며, 새로운 노동과 공공의 일을 경험하는 장을 설계'하는 단체로 개관한지는 1년이 조금 지났어요. 실제적인 일 경험을 해볼 수 있게 하는 청년혁신일자리 사업으로, 청년들이 일자리 문제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사업을 지원하고 있어요. 지원 사업은 ‘워킹그룹, 청년활동활성화지원, 청년참’ 등이 있고, 각각 규모와 취지가 조금씩 달라요. 사무실을 공유하거나 종로4가 지하상가 등의 유휴공간을 지원하는 공간지원사업, 국제교류 등의 플랫폼 내지 허브 역할을 하는 지원사업, 연구공모 등 연구지원사업 등 여러 가지 사업이 진행 중이에요. 저는 작년 4월에 청년혁신활동가로 참여해 일을 시작했고, 지금은 교육협력팀에서 영상을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비영리 사회단체에서 일을 하겠다고 결정하는 데 어떤 기준 같은 것이 있었나요?
일을 시작하거나 삶의 방향을 결정할 때에 어떤 '결단'을 하는 걸 싫어하는 편이에요. 너무 먼 미래나, 거창한 목표를 따라서 삶의 방향을 결정하기보단, 지금 나와 내 곁에 소중한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선택이 어떤 것일까를 생각해요.

지금 일하고 있는 청년허브도 그런 점에서 선택하게 된 거에요. 사실 사회혁신이나 사회적 경제, 마을 만들기 등의 영역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전혀 모르던 분야였어요. 그런데 졸업 후 친구들과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나? 내가 대기업에 들어가거나 영상 프로덕션에 들어가서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번다면 행복해질까? 너무 일하느라 나와 내 주변 친구들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사라지는 건 아닐까? 아니 당장 그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들부터 나와 친구들의 행복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하는 결단을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들을 나눴었죠.

졸업이 다가왔을 때쯤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던 중에 친한 친구들 6명이서 전주로 여행을 가게 되었어요. 학교 다닐 땐, 영화 찍고 하느라 남들 하는 취업준비도 한 적이 없고, 당장 영어 시험을 본 적도 없었거든요. 근데 졸업하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런 고민을 여행 다니면서 했고, 전주에서 청년들이 운영하는 청년몰을 방문하게 됐어요. 거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현재에 충실하게,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던 차에 청년허브를 알게 되었고, 마침 청년혁신활동가라는 형태로 일할 수 있게 되었어요.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같이 전주 여행을 했던 친구들에게 ‘청년참’이라는 지원사업을 소개해주었어요. ‘청년참’은 청년에게 '참'을 지원한다는 의미로, 작은 청년커뮤니티들을 응원하고, 그 커뮤니티들을 성장할 수 있는 씨앗을 뿌리는 사업이에요. 친구들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모임이 되고 싶다는 의미에서 장현종 시인의 시 ‘섬’에서 이름을 딴 '커뮤니티 ㅅ+ㅁ'이라는 모임을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학교에서 했던 것처럼, 관심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영상을 만들자며 시작했는데, 일을 하기 전 우리가 진짜 하고 싶은 건 뭔지, 무엇을 할 때 함께 즐거운 지를 생각해보니, 같이 밥 먹고, 가끔은 그림도 그리고, 제철 과일로 차도 만들고, 이런 소소한 것을 할 때 더 행복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커뮤니티 ㅅ+ㅁ'에서는 서울에서 취업 준비 중이거나 직장 생활하면서 지친 친구들을 자주 모아 같이 밥 먹고, 환대하는 걸 즐기고 있어요.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실제로 선택해서 그 길을 걷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요, 비영리사회단체 일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일단 현실을 이야기하면 박봉이죠. 비영리사회단체도 저마다 사정이 다르긴 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박봉이에요. 오래된 선배들이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를테면 386세대들은 사회를 위해 이런 일을 한다는 식의 나름의 자부심이 있었대요. 사실 저는 그런 게 와 닿진 않아요.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열심히 일하게 될까봐 고민이네요.(웃음) 그런데 이게 고민할 지점이긴 해요. 저는 돈을 많이 벌고, 중요한 일을 하는 것보다, 퇴근 후에 가족과 같이 저녁을 먹으며 대화 나누는 삶, 내 아이를 안아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삶을 살고 싶어요. 이 쪽 분야에 계신 분들이 전반적으로 일에 대한 열정이나 책임감이 높다보니 의식하지 않으면 무리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경제적 불안감을 피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건 내 욕망이 무엇인지, 그리고 나와 내 친구들이 함께 행복한 삶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는 것 아닌가요? 그럼 충분히 이런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관심 있는 친구들과 다양한 실험들을 해보고 있고요. 서로의 삶을 격려하고 지지해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불안감을 돌파해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덧붙이자면, 더 많은 친구, 후배들이 이런 분야에서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생각보다 엄청 행복하거든요.(웃음) 삶의 질을 생각한다면 좋은 선택이 될 거라고 믿어요.




진로 때문에 고민하는 한동인들을 위해 덧붙이고 싶으신 말씀이 있나요?

지금 여기에서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그 행복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건 무엇인지, 그리고 그 행복을 함께 나눌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한 고민을 놓치지 않으면 좋겠네요.
저는 보통 사람들이 큰 희생이나 결단 없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삶이 가능한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생각해요. 저한테 “Why not Change the World"에서 바꾸고자 하는 세상의 의미는 그런 거에요. 제가 지금 행복한 것이, 엄청난 운이나 굉장한 노력 내지 희생 때문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그렇고요. 저를 보면서, 에이 나도 저렇게는 살 수 있겠다는 만만한 마음이 들어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어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면 좋겠네요.


한동아카이브
글 정리_김은혜(09) | 디자인_김진경(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