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 직원들과 함께 앞줄 오른쪽 끝이 양지선 동문
 

저는 산업정보디자인학부 96학번이고, 홍익대학교 국제디자인대학원대학교에서 디자인경영 석사를 마쳤습니다.
대학의 디자인 연구소들에서 일을 했으며 지금은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 미디어팀의 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 체류중인 외국인이 100만명 가량 있습니다. 그 중의 상당수가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15개 국가의 외국인근로자들과 결혼이주여성들입니다. 제가 몸담은 곳에서는 이들에게 한국어•컴퓨터교육, 상담, 다국어 통번역 지원, 정보 제공, 문화사업 등을 지원하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팀의 주요 업무는 다국어 인터넷 방송(www.mntv.net)과 다국어 신문(MigrantOK)을 통해서 이주민들이 꼭 알아야 할 이주민 관련 정책, 산업재해예방법, 한국어, 생활법률, 이주인권, 행사, 지원 사업, 문화 등의 정보를 현지 언어로 제공하고, 실무자들을 위한 네트워크 사업(www.migrant.kr)을 통해 전국에 있는 이주민 실무자들을 돕고, 이주민에 관한 소통의 장을 만드는 일입니다. 지금은 퇴사하였지만 함께 이 일들을 꾸려왔던 한동대 동문들도 있었기에 즐겁게 해올 수 있었지요.

 
여기 오기 전에는 일을 하면서 디자인의 본질과 크리스챤의 역할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답니다. 어느 순간 디자인의 본질이 소비의 추구와 맞닿아 있지 않은가라는 고민을 하게 되면서 많은 갈등을 했지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이 것이 과연 올바른 방향인가에 대한 의미찾기가 저에게 못다한 숙제처럼 남아 있어서 마음이 어려웠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가정의 일 때문에 잠시 쉬면서 기도하던 중에 지금 몸담은 단체에 일하던 동문을 우연찮게 만나 소개받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어차피 힘든 일, 기왕이면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하자는 오만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한국인친구, 태국인친구와 함께 가운데 양지선 동문
 

입사한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에 쓰나미로 집과 가족, 친구들을 잃고 한국에 들어온 24살의 스리랑카 청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여러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 한국에 온 이 청년은 한국에 와서도 가는 공장마다 부도가 나서 졸지에 불법체류자가 되었고, 일하던 곳에서 손을 크게 다쳐 왼쪽 검지 손가락이 휘어 있었어요. 당시의 사장은 이 친구에게 얼마의 돈을 주고 병원 치료를 받게 한 후에 해고를 하였지요. 빚도 있는데, 오갈 데도 없고, 신분은 불법체류이고, 손은 다쳤고, 재활치료는 남아 있고, 수중에 돈은 없고... 사방이 막힌 암담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청년은 웃으면서 저에게 “I’m OK. Don’t worry. I’m young, I can work.”라고 말했습니다. 그 때 제가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누군가를 돕기 위해 여기 와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저는 그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었고 오히려 그에게 위로 받고 있었으니까요.
하나님은 저에게 사람은 누구나 상호공존한다는 걸 말씀해주고 싶으셨나 봅니다.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고 받기만 하는 관계란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제 오만함은 그날 무너졌고 그 이후에도 이 곳에서 일하면서 저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은 서로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일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 책임감의 규모와 형태가 어떠하든지 간에 본질은 ‘서로 사랑하라’라는 하나님의 말씀인 것 같아요.

 
이 곳에서 일하면서 남은 인생을 NGO에서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끊임없이 기도하며 간구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는 제가 손을 놓았던 그 곳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셨어요. 그래서 가까운 시일에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정리하고 더 공부를 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공의 틀을 허물고, 이 곳에서의 경험을 연결하여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요.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을 제가 공부하는 학문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많은 교회에서 선교사를 파송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후원하며 선교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한국에서 일하며 고통을 겪었던 사람들이 고향에 돌아가 현지에 와 있는 선교사들을 핍박하는 경우가 많이 늘고 있습니다. 이미 우리 안에 와 있는 그들을 조금 더 하나님의 사랑으로 대한다면 그들이 돌아가 자신들의 입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게 될 것입니다. 선교는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멀리 선교하러 가지 못한다면, 땅끝에서 와 있는 이들을 편견 없는 사랑으로 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게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첫 걸음이 될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