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는 ‘활주로’라고도 불리는 진입로를 따라 올라오다 보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한동의 아름다운 캠퍼스 전경을 미처 눈에 담기 전에 마주하게 되는 얼굴이 있다. 정문 경비실에서 근무하시는 효성산업 김종열 선생님. 한동인들에게는 그 성함보다도 ‘용수철 경례’로 더 잘 알려지신 분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경례하는 자세는 군생활 하면서 익혔는데 40년 넘는 시간이 흘렀어도 몸에 밴 습관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한동에서 일하게 되면서 제 자신도 모르게 몸가짐을 가다듬게 되어 그런 것 같습니다. 말 한마디도 신경 써서 하는 습관도 생긴 것 같구요. 그러다 보니 막내아들 같은 학생들을 대하지만 말 한마디라도 신경 써서 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제가 2000년 6월 16일부터 한동에서 근무했으니 이제 정확히 만 10년이 되었네요.
1942년생이니 올해 68세가 되었습니다. 제 막내아들이 벌써 서른 두 살입니다. 세월이 참 많이 흘렀네요.

 

이 일을 시작하기 직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나서 정확히 한 달을 손을 놓고 쉬었습니다. 낚시도 하고, 등산도 다니고, 친구들도 만났지요. 그런데 딱 한 달을 그렇게 지내고 나니 사회 속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제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일을 알아보던 중에 한동대에 오게 되었습니다. 지금 한동에서 제가 맡은 이 일은 단순히 ‘용돈벌이’나 ‘소일거리’가 아니라 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당히 제 몫을 하며 활동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한동대학교는 기독교 대학이라 그런지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교양 있고 이해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다른 대학이나 회사, 아니면 아파트에서 저와 같은 일을 하는 분들을 만날 기회가 간혹 있는데, 그때 이야기를 나눠 보면 한동에 모인 사람들이 얼마나 훌륭하고 인격적인지 새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럴 때면 저도 모르게 만나는 사람들에게 한동대 자랑을 하게 된답니다.

 

제가 하는 일 중에 학생들이 방과 후에 각종모임으로 사용하는 강의실을 관리하는 일이 있습니다.
신청한 사용시간이 끝나서 강의실 문을 잠그러 가보면 어떨 때는 모임이 끝나지 않아 학생들의 모임이 끝날 때까지 복도나 건물현관에서 기다릴 때도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모든 면에서 열심히 하려다 보니 시간이 모자랄 때도 많은 것 같은데, 때로는 본의 아니게 학생들을 재촉하는 것 같은 마음이 들어 미안할 때가 많습니다.
최대한 우리 학생들을 배려하려고 하지만 경비업무라는 특성상 규정이나 절차도 중요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할 때는 저도 마음이 편하지가 않아요.

10년 동안 한동대에서 일하면서 참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지금도 제가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많이 배우고 있고요. 그리고, 저는 교인은 아닙니다만 기독교정신으로 교육하는 이 학교 학생들은 인성교육이 올바로 잘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한동에서 만나게 되는 학생들과 직원, 여러 교수님들 모두들 정말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제가 지금 있는 자리에서 맡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많은 한동인들의 마음에 보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