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국제어문학부 02학번 졸업생 강윤희입니다. 저는 서울 가락동에 위치한 ‘하늘꿈학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2003년도에 우리나라 최초로 세워진 탈북청소년 대안학교로서 40명의 학생들이 있고 200명 가량의 졸업생들을 배출하였습니다. 기초, 중등, 고등, 대학진학준비 등 네 개의 반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검정고시를 대비하며 남한에서의 학력을 얻게 하고 고등학교 졸업 과정까지 마친 학생들에게는 대학 진학을 준비시키고 있습니다.
하늘꿈학교는 북한선교를 목적으로 세워진 곳입니다. 북한에서 온 청소년들에게 지식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복음과 사랑을 전하며 이들이 통일의 때에 남북간의 화해자로서 귀한 역할을 담당할 것을 기도합니다. 우리 학교는 탈북 청소년들을 길러내는 일과 동시에, 북한교육 전문기관으로서의 전문성을 다지며 다가오는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늘꿈학교 수업장면 ]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내 양을 먹이라”는 요한복음 21장 말씀을 통한 하나님의 부르심에 의해 하늘꿈학교에 몸을 담게 된지 2년 차가 되었습니다. 탈북자들이 한국에 오면 거쳐야 하는 ‘하나원’이란 기관을 바로 퇴소한 청소년들이 우리 학교에 오면 ‘기초반’에 들어오게 됩니다. 저는 기초반 담임으로서 북한에서 갓나온 학생들을 양육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난 학생들을 보면 90% 이상이 부모 중 적어도 한 분을 잃거나, 부모님의 이혼을 경험하거나, 편부모 아래에서 자랐습니다. 북한에 있을 때도 가정의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하였고, 탈북 과정에서도 중국, 태국, 캄보디아 등을 거치며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긴 아이들입니다. 몸과 정신과 영혼이 많이 상한 아이들이기에 그들이 지닌 고통과 아픔의 깊이는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짙은 어두움도 내어 쫓는 하나님의 빛이 비추면서 학생들은 허물을 벗듯이 조금씩 변해갑니다. 저는 이곳에서 북한 아이들을 향한 아버지의 놀라우신 사랑의 손길을 목격하곤 합니다. 처음에 입학할 때는 하나님과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도, 구약과 신약이 뭐다 다른지도 전혀 모르던 아이들이 어느새 하나님께 전심으로 찬양하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감동이 되는지 모릅니다.
“자, 수업 시작하기 전에 오늘은 현화가 기도해줄래?”
처음에는 기도를 어떻게 하는 줄 몰라 어리둥절 하던 아이들이 하나님 아버지를 부르며 기도하는 모습을 볼 때 그 감격이 너무나 커서, 눈을 살짝 뜨고 기도하는 아이의 입술을 바라보던 적이 있습니다. 하늘꿈학교는 매일 매일 하나님의 넘치는 사랑과 임재하심이 있는 곳입니다.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이 있는 그곳에 서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벅찹니다.

 

어려서부터 북한을 마음에 품어왔던 제가 이제서야 북한을 놓고 구체적으로 기도할 수 있는 것은, 살을 맞대고 함께 지내는 하늘꿈학생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도제목을 알려달라고 하면, 18세밖에 되지 않는 어린 아이들조차 북한 주민들에 대한 보호와 구원, 그리고 하루 빨리 통일의 날이 오는 것을 빼놓지 않습니다. 그들에겐 통일이 민족의 막연한 염원 정도가 아닌, 북한에 두고 온 아빠와 생전에 만날 수 있을 지가 걸린 한 가지 소원입니다. 북한 주민들에 대한 보호와 자유를 구하는 기도는 인권존중을 말하는 수준이 아닌, 이런 저런 이유로 얼마 전 교화소에 끌려간 엄마의 목숨이 달려있는 피눈물 나는 현실인 것입니다. 제 앞에는 북한의 오늘을 자신의 현실로서 살아가야만 하는 사랑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들과 함께 하며 어찌 북한을 향한 기도를 멈출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은 믿는 자들을 기도하게 하시며, 또한 통일이라는 풀리지 않는 난제에 대해 이미 일하고 계심을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보다 먼저 건너가사…” (신명기 31:3)
 가나안 땅을 향해 걸어가는 이스라엘 백성을 향하여 하나님께서는 그들 보다 앞서 가고 계심을 반복적으로 이야기하십니다. 이 말씀은 또한 우리 한반도를 향한 하나님의 음성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론을 알지는 못합니다. 다만 하나님께서 우리의 생각이나 걱정보다 앞서 통일의 때를 준비하며 일하고 계심을 믿습니다. 하나님이 준비하시는 통일의 문은 단지 정치적인 해법이 아닌, 하나님의 품으신 뜻과 그에 따른 각각의 부르심에 반응하는 그리스도들의 온전한 순종을 통해 열리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주어진 제 자리에서 충성하며 하나님의 거룩하고 거대하신 퍼즐의 작은 부분을 담당하는 무익한 종으로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싶습니다.

 

자아에 대한 집중을 벗어나 다른 사람을 보기 시작하고, 민족과 열방을 이 작은 가슴에 품을 수 있게 된 것은 한동대학교에 들어가서 겪게 된 큰 변화입니다. 각종 예배와 수업시간을 통하여 선교, 섬김, 헌신이라는 단어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높은 데에 올라가든 낮은 자리에 거하든 위치나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하나님이 내게 가기를 명하시는 곳이 어디인지를 분별하고 순종할 수 있는 훈련을 받았습니다. 마음의 중심을 꿰뚫어 보시는 하나님께 나아가고 반응하는 법을 익혔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따라 제 12대 총학생회를 구성하고 이끌어 갔으며 2007년에는 아프가니스탄을 밟으며 그 땅을 위한 눈물의 기도를 뿌리고 돌아왔습니다. 한동에서의 특별한 기억이 무엇이냐라고 물으신다면 총학생회와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두 가지 경험일 것입니다.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을 배워 실천에 옮긴 두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한동에서의 배움과 경험은 졸업 후 북한 청소년을 위해 일하는 걸음을 선택하게 해주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공부와 일을 더 하게 될지 아직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한동에서 훈련 받은대로 하나님의 부르심이 있는 곳에서 제 몸을 거룩한 산 제사로 드리는 인생을 살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투명한 순종 속에서 Why not change the world에 대한 답이 열리고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