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특별히 심오한 뜻을 가지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재미로 헌혈을 하고, 그러다 주위에서 누가 아프다 그러면 헌혈증 모아서 나눠주고… 그냥 그 자체를 즐겼었어요. 그래서, 100번째 헌혈증만 기념으로 가지고 있고 남아있는 헌혈증이 없어요. 가진 게 있으면 그냥 다 나누어줬기 때문이지요.
전에는, 하나님이 내게 주신 것 중에 남을 위해서 내가 뭔가 할만한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헌혈을 하고, 또 그 헌혈증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고 하는 경험들 속에서, ‘피는 내 안에 있는 걸 그냥 뽑아내기만 했을 뿐인데,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몸 속의 피는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죽는 건데, 그걸 헌혈의 형태로 나누면 그게 누군가에게는 생명이 된다는 사실이 오히려 감사하게 여겨졌습니다.
사실, 저도 주사바늘을 많이 무서워합니다. 하지만, 헌혈을 자주 하다 보니 헌혈바늘은 그렇게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일반 주사바늘보다 훨씬 더 크고 무섭게 생겼는데도 말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