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6개월의 긴 협상을 마치고 드디어 한·미 원자력협정이 타결되었다. 원자력계뿐 아니라 많은 관계자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의 중요성을 인식했고, 일부는 농축과 재처리 권한 확보가 개정 협상의 성공을 판가름하는 요소라고 일컫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 원자력의 미래를 위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 및 액체금속로 추진 기반 마련,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반을 확보했는지 여부이다.
한국은 사용후핵연료의 관리 및 해결 방안 마련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재처리(PUREX)보다 훨씬 경제적이며 핵확산 저항성이 높은 건식 재활용 기술(파이로 프로세싱)을 액체금속로와 연계하는 방안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신협정하에서 한국은 사용후핵연료로부터 금속을 추출하여 사용후핵연료 부피를 4분의 1로 감소시키고 발열량을 절반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파이로 프로세싱의 1단계(환원 과정)에 대한 장기 동의를 확보했다. 진행 중인 미국과의 공동연구 결과에 따라 1단계에서 추출한 금속을 재가공하여 액체금속로 연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체제도 마련하여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한 연구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원 활용성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다. 또 사용후핵연료의 위탁 재처리 및 이를 통해 회수된 핵물질의 반환도 장기 동의를 확보하여 회수된 핵물질을 액체금속로의 연료로 재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게 되어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 수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은 과거 협정 체결 당시와는 달리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성장한 위상에 걸맞은 권리를 확보해야 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 신협정은 한국이 요구하는 바를 미국과 협의를 통해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새 협정 체결은 또 다른 시작이며 이를 위해 다음 사안들을 유념해야 한다.
우선 파이로 프로세싱과 액체금속로 연구 개발을 적극 추진하기 위한 제2 원자력연구원 부지를 마련해야 한다. 신협정으로 확보한 파이로 프로세싱 1단계 장기 동의를 기반으로 미래 시대의 에너지 주도권을 마련하고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의 기술 대안 마련을 위해서는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액체금속로 개발의 후발국인 한국이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고 연구 개발 결과를 적기에 실증할 수 있는 부지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장기적으로 미국·유럽의 다국적 기업이나 시설을 유치하여 농축을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신협정하에서도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향후 농축을 추진할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자체 농축 추진 이전에 다국적 시설을 유치함으로써 더욱 투명해지고 한국의 에너지 안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확보한 파이로 1단계 장기 동의 이외에도 파이로 2단계 및 3단계에 대한 장기 동의를 확보하기 위해 현재 미국과 추진 중인 10년간 공동 연구에 더욱 적극 참여하고, 인력 및 기술 개발을 선도하여 파이로 전 공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한·미 원자력협정은 양국의 새로운 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 협정이 양국 간 원자력 산업의 진흥에 더욱 기여하는 기반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