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칼 야스퍼스는 ‘대학의 이념’이라는 저서에서 “대학은 국가와 사회를 위해 봉사하며 사회와 직업의 변화에 따라 존재양식도 변해야한다”고 언급하였다.
최고(古)의 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 중세의 볼로니아 대학(11세기)의 경우를 보더라도 대학은 태생부터 중세 도시국가와 함께 성장하여 온 것을 알 수 있다. 파리 대학, 하이델베르크 대학, 살라만카 대학, 캠브릿지 대학 등이 중세 도시에서 발생하여 국가와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존립하여 왔고 오늘날 대학의 원형으로 논해지고 있다.
유럽의 중세에 시작된 이러한 대학들이 도시와 함께 운명을 같이 해온 것은 도시의 성장과 결코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볼로니아 대학은 “대학은 도시 속에 있어야 한다.”는 이념을 재확인하고 볼로니아 시에서 진행되는 도시재생계획과 일체가 되어 대학의 재편성을 연속시켜왔다. 살라만카 대학이나 하이델베르크 대학은 역사보전지구인 구 시가지의 대학시설을 재생시키는 한편, 교외의 신 시가지에 신 캠퍼스를 조성하여 도시의 성장과 함께 대학으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하여 왔다. 캠브릿지 대학 또한 학생기숙사를 기원으로 하는 칼리지(College)를 전통으로 계승하면서 대학 공간을 전개하여 도시의 시가지 공간을 형성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으며 교외의 캠퍼스를 구 시가지의 재개발과 연속시키고자 하는 계획이 196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중세도시로부터 이어져온 도시와 대학의 관계는 이분법으로 나누기 어려울 정도로 긴밀한 협력 속에 구축되어 왔고, 앞으로도 성장과 변화를 통해 상호 밀접한 관계 속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도시는 각 나라의 역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유럽의 대학도시 개념들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대학의 형성과 도시의 관계가 역사성을 바탕으로 함께 형성되지 못하였다. 대학이라는 개념이 서양을 통하여 들어왔고, 도시와 관계성을 맺게 된 것도 길어야 100년, 보통 50년 이하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단순히 도시에 속하는 대학 수와 대학 관련 인구의 비율 등이 대학도시의 주요한 척도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에서 도시와 대학에 관한 연구는 다변화된 도시 메커니즘을 고려하고, 한국적 특성을 고려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 대학도시의 개념
교육이란 사람과 사람이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구분 없이 배움의 형태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면서 구체적인 공간형태로 발전되었다고 루이스 칸(에스토니아 출생 미국 건축가 1901-1974)은 언급하였다. 초기 대학공간은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정기적 모임을 위한 장소에 원형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파리대학은 세느강변 교량근처에서 시작되었고, 볼로니아 대학은 시가지의 만죠레 광장의 주변에서 발생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교육과 학문의 개념은 대학에서 심화되어 나타난다.
대학이란 고등교육기관으로서 학문이론과 응용방법을 교육, 연구하는 곳이며, 동시에 도시 속에서 대학은 학생들과 교수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구심력이 존재하는 장소이다.
도시와 대학의 관계를 보여주는 주요한 사례 중의 하나로서 17세기 말에 도시계획이 수립된 윌리엄스버그(Willians burg)의 도시 공간구조를 들 수 있다.
도시의 양쪽에는 의사당과 대학이 위치하며 도시의 넓은 가로는 중심축으로서 의사당과 대학을 연결하고 있다. 즉 의사당과 대학이 도시계획에서 도시축의 중요한 개념으로 설정된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도시의 구축과정에서부터 대학이 도심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형성되어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임을 알 수 있다.
■ 대학도시의 유형분석
대학과 도시의 관계 유형을 <표1>에서 설명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중소도시 외곽의 대학들은 주로 분리형으로서 도시가 형성된 후 비교적 저가의 용지에 대학 입지를 선정한 경우이다. 또한 도시 형성초기 도시외곽에 있다가 도시가 확장됨에 따라 도시내부로 편입한 나사렛 대학과 대구 가톨릭대 등은 내부 편입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대학과 도시의 형성이 함께 이루어진 도심형과 외부 이동형은 도심과 대학이 분리되어 있지만 대학 생활권은 도시 전체의 생활권으로 통합되어있는 독립형으로서 Bringham Young University 등이 있다.
포항은 52만 인구의 대표적인 중소도시이다. 포항은 오늘날의 중소도시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기<표1>에서 보듯이 포항의 대학들은 분리형의 성격을 띠고 있다. 모두 도심 외곽에 위치하고 있으며 도심과 연계성이 낮다. 그리고 대학 간의 연계를 통하여 도심과 유기적 관계를 이루어야 한다. 그러므로 포항에서는 도심에 대학 캠퍼스를 직접 옮겨놓는 방법이 아닌 대학 간 연계된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포항에 소재하고 있는 포항공과대학교, 한동대학교, 포항대학, 선린대학과 RIST, 방사광 가속기 연구소와 테크노파크의 산ㆍ학ㆍ연 시설 등의 대학 및 연구 시설을 통하여 포항은 새로운 대학도시로서의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교육, 연구, 산ㆍ학ㆍ연의 협동을 통하여 포항 지역의 산업시설과 관계를 맺으면서 포항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포항의 대학도시화를 위하여 도심에 대학 개념의 장소를 구축한다면 이를 통하여 포항의 구도심 재생의 문제를 복합적으로 다룰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익성을 바탕으로 둔 개발은 자연환경 및 해안의 개발방향과 연계성을 가지며, 장차 해양문화 관광도시의 동력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인 포항공대, 세계화 실무형 교육을 중시하는 한동대학교, 사회복지 등으로 지역사회와 연계성이 높은 선린대학, 지역주민을 위해서 맞춤형 교육을 중시하는 포항대학을 통하여 포항의 대학들은 연구, 인재, 복지, 교육 등의 분야에서 도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므로 포항 구도심에 대학개념의 장소를 구축한다면 도시에 대한 대학의 긍정적인 효과를 증대 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학도시 기능으로서 발전된 구도심 캠퍼스화로 인해 젊고 창의적 인재들의 유입을 유도하고, 포항이 겪고 있는 인구 유출, 도심 슬럼화, 도시 외곽화 등의 복합적인 문제에 보다 근본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또한 도시 인프라가 이미 갖추어진 구도심의 효율적 재이용이 가능하게 된다. 이와 함께 공공성이 높은 대학 캠퍼스 시설의 구축을 통하여 구도심의 환경을 개선할 수 있으며 녹지 및 공원, 문화시설, 교육시설을 통하여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
대학 기능의 공공적 성격에 의한 지역개발은 지역민과 타도시인들에게 관광 및 여가생활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을 적극적으로 연계시켜 캠퍼스를 구축한다면 대학은 공공성을 고려한 공간구축으로 생태·환경적 가치창출과 도시민의 문화적 욕구충족 그리고 역사적 유산들과 자연환경 등을 지속가능한 미래 유산으로 남겨 가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도시에서 대학의 역할
대학의 근본 기능은 교육에 있다. 그러나 대학과 도시의 복합적이며 상호적 관계로 인하여 대학은 교육이라는 기능 이외에도 도시 속에서 보다 다양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데,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ㆍ정치ㆍ산업 등에 필요한 우수한 인적 자원을 배출한다. 현재 도시는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른 전문지식도 변화하고 평생교육이란 개념이 등장하듯, 도시에는 많은 양의 지식과 정보가 생산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새로운 인적자원을 통하여 도시를 새롭게 구성하고 발전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대학은 도시의 지속적인 발전과 운영을 위해서 우수한 인적자원을 배출하여야 한다.
둘째, 기업체에서 담당할 수 없는 연구 및 실험을 통하여 기술의 발전을 이끈다. 대학은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며, 연구 및 개발을 통하여 좀 더 나은 생활과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대학의 역동적 실험 정신은 사회 구성원에게 새로운 방향성과 가능성을 제시하여 준다. 또한 대학의 산ㆍ학ㆍ연 협동을 통하여 도시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함으로서 도시의 산업은 활기를 얻게 될 것이다.
셋째, 도시공간에 효용성과 계획성을 고려한 오픈 스페이스 및 환경보존을 통하여 도시 녹지화와 쾌적한 장소를 제공한다. 대학의 캠퍼스는 경제적인 논리만이 아닌, 인간과 환경을 중심으로 하는 공공적 성격의 개발이 이루어지고 이를 통하여 새로운 명소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공익성을 바탕으로 한 장소성 구축을 통하여 도시는 대학의 역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으며, 도심의 환경을 지속가능하게 개발 할 수 있다. 지역성을 고려한 도심 캠퍼스는 도시민들에게 풍부한 환경적 가치를 전해 줄 수 있으며, 사람들에게 심리적 안정감과 유익을 줄 수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대학 캠퍼스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장소가 되었으며 Harvard Univ., M.I.T 등은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되어있다. 이처럼 도시에서 대학 캠퍼스는 관광과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대학의 공간과 함께 관광 및 휴식의 공간을 연계시킨다면 도시환경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게 될 것이다.
넷째, 도시민을 재교육함으로서 도시 공동체의 수준 향상과 일체감 형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대학이 지역사회와 함께 하면서 지역의 교육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직접적으로는 재교육을 통하여 도시에 기여할 수 있으며, 간접적으로 대학과 도시와의 상호보완적 관계를 통해 교육적 효과를 높이게 됨은 물론이고, 지역사회의 수준 또한 높이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대학은 창조ㆍ실험정신으로 새로운 가치와 문화가 생산되는 곳이다. 이러한 고유의 기능 때문에 대학은 도시의 문화수준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학은 문화시설과 문화 인프라를 통하여 사회에 직접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대학에 구축되어 있는 사회, 문화시설과 콘텐츠를 도시와 공유하면서 도시의 부족한 문화시설과 어려운 운영의 문제를 해결하여 나아갈 수 있다.
다섯째, 도심 공동화 등의 문제에 대한 도심 재생의 해결방안이 된다.
대학은 도시 경제의 대표적 수요자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도시의 경제는 활력을 갖게 된다. 대학을 통하여 상권이 형성될 것이고 타 지역의 관련 인구가 유입되고 이들을 통하여 얻는 경제적 효과 또한 크다. 대학이 구도심에 위치하게 된다면 대학의 구심적 흡입력으로 인하여 대학과 관련된 일정한 인구가 도심에 정착하게 되며, 이를 통해 도심의 인구 공동화 현상이 개선될 것이다. 그리고 대학의 활력으로 인하여 도심의 기능이 유지되거나 개선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도심부의 경제를 활성화 시킬 것이다.
■ 결어
이처럼 구도심 속의 대학 캠퍼스는 도시 기능에 많은 영향을 주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도시와 대학이 도시공간 속에서 긴밀하게 연계됨으로써 단순히 경제적인 수요와 공급으로 연결되는 것 이상으로 긍정적 변화를 줄 수 있고, 대학은 도시로 인하여 새로운 가치와 창의적인 역할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대학도시의 역할을 정리하여 보면 인적자원 배출, 지역주민 재교육, 새로운 문화 창출, 도심 공동화 해결에 따른 공공적 영역 확보, 환경개선 및 보존 그리고 관광산업 활성화 등의 다양하고 창조적인 가치를 창출 할 수 있을 것이다. 본 글에서는 대학도시에 대한 긍정적 효과에 대해서 주로 지면을 할애하였지만, 풀기 쉽지 않은 문제 또한 예상된다. 그러나 구도심에서 대학도시 포항의 가능성에 대해 지혜를 모으고 역량을 집중시킨다면 상기에 언급한 효과들이 점차적으로 도시민들의 삶 가운데 나타나리라 기대한다.
기사입력: [2015-04-28 19:59] 최종편집: ⓒ 경상매일신문